그동안 해오던 방식이 완전히 바뀔 때, 우리는 그걸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1990년대를 시작으로 고작 3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생활 방식은 급격히, 그리고 혁신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배경에 '정보'가 있습니다.
갈수록 세상이 연결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많은 데이터, 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상과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범위가 기술과 함께 바뀌어 왔습니다.
하지만 검색 경험은 오랫동안 그대로였습니다.
키워드를 입력한다 - '검색하기' 버튼을 누른다 - 검색 결과를 살펴본다
물론 전부 읽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지만, 그 결과를 탐색하는 게 전부죠.
챗GPT(ChatGPT)는 다릅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되, 사람끼리 대화하는 방식과 흡사한, 말 그대로 '의사소통'하듯이 만들었습니다.
적절한 명령을 할 수 있다면원하는 부분만 빠르게 처리 및 습득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가져올 수 있게 되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상황에 더욱더 필요한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은 어떻게 검색 경험을 완전히 바꿔버렸을까요?
두 서비스가 기존 검색 서비스와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다른 지점이 무엇인지 웹 사용성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검색이 아닌 질문을, 결과가 아닌 대답을 시작점인 질문 화면부터 보겠습니다.
기존 검색 서비스를 대표하는 '구글'에는 'Google 검색 또는 URL 입력'이라는 기본적인 가이드 문구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검색 서비스 '네이버'는 아무런 가이드가 없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검색 키워드를 입력하면, 즉시 연관 검색어가 생성됩니다.
즉, 정보성 텍스트를 알려주는 데 집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챗GPT와 빙은 말을 건네는 듯합니다.
우선 둘 다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이기에 어떤 식으로 질문해야 하는지 첫 화면에서 안내해 줍니다.
빙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사용자친화적인 가이드 문구가 뜨고요.
자동 번역 기능이 탑재된 챗GPT4는 해당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 문구를 제공합니다.
사실 이용자가 다양한 기능을 학습해야 하는 화면은 아니지만요.
처음 서비스를 접한 이용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태스크를 해낼 수 있는지는 좋은 인터페이스를 판가름하는 조건 중 하나입니다.
챗GPT는 예시와 기능, 제한사항을 보여줍니다.
이 중 예시와 관련된 3가지 질문을 선택하면, 바로 검색창에 문장이 완성됩니다.
첫 이용자는 이 기능을 통해 쉽게 인터페이스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빙도 비슷하게 첫 화면에서 질문을 제안하는데요.
3가지 각기 다른 대화 스타일을 보여주는 건 인상적입니다.
한 스타일을 선택하면, 보이지 않던 질문 예시를 아래에 더 노출해서 이해도를 높입니다.
화면에 작은 디테일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순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점에서 높은 완성도가 느껴집니다.
다만, 질문을 선택하는 즉시 보내지기 때문에 이용자가 직접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고 봅니다.
빙은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언어를 잘 쓰고 화면에 적절히 배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컨대 사용자가 입력하기 전에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텍스트만 보여주고, 왼쪽에 '새 토픽' 버튼이 나옵니다.
사용자가 문장을 입력하려고 커서를 올리면, 입력할 수 있는 최대 글자 수와 검색창 크기를 고정하는 핀 아이콘이 뜹니다.
커서를 클릭해서 입력하기 시작하면, 사용하지 않을 '새 토픽' 버튼은 작아지고, 대신 질문을 보내는 아이콘이 등장합니다.
'새 토픽'은 익숙하지 않은 기능이니까 어떤 버튼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처음엔 테스트도 함께 보여주고, 글을 쓸 때는 거슬리지 않도록 아이콘만 나오도록 한 구성입니다.
이렇게 각 사용 단계에 맞는 제안을 매끄럽게 제공하도록 설계한 덕분에,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줄이고 단계별로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할 수 있죠.
친숙한 기존 형태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한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존 검색 서비스에선 검색 결과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을 추가로 볼 수 있도록 했고, 화면 하단에는 검색 결과에 대한 피드백 전달 링크가 나옵니다.
네이버의 검색 결과 화면에선 단어 수준의 연관 검색어만 확인할 수 있고, 피드백은 줄 수 없어서 아쉽네요.
챗GPT와 빙에선 검색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오길 원하는지 언급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파악하듯이 훑어도 괜찮지만, 구체적이고 정확할수록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에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라는 숙제가 남은 셈이죠.
또한 보통 결과가 문장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기존 검색 서비스보다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이때 어떤 키워드나 문장을 중심으로 서칭하고 있는지 순차적으로 보여줍니다.
모든 문장이 다 뜰 때까지 로딩해서 한 번에 보여주는 방식보단 데이터를 처리하는 듯한 과정을 보여주고, 마치 말하듯이 순차적으로 텍스트를 노출하죠.
과정 그 자체도 소비하는 동시에 '대화' 경험과 흡사하게 흘러갑니다.
사용자가 잘못 입력했을 경우, 즉시 복구할 수 있도록 응답을 중지하는 장치도 마련해 뒀습니다.
검색창 디자인 자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요.
기존 서비스는 대화 형태로 길게 주고받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기에, 긴 문장은 화면에서 보이는 검색 창만큼 노출되고 나머지는 잘려지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빙과 챗GPT는 질문 형태로 길게 입력하는 게 기본값이다 보니 문장이 굉장히 길어져도 문장이 모두 보입니다.
모바일 메신저 채팅창에 흔히 쓰이는 디자인 및 구조를 도입한 흔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피드백은 구글뿐만 아니라 기존 AI 관련 서비스도 많이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인데요.
AI 검색 엔진은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이 결과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려고 합니다.
챗GPT는 문장마다
'좋아요/싫어요' 아이콘이 설정되어 있고, '싫어요'를 클릭하면 원인을 묻는 추가 옵션을 체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빙도 응답별로 피드백을 줄 수 있고, 추가로 화면 전체에 대한 피드백도 줄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스크린샷이 자동으로 피드백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이용자에게 일일이 캡처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줘서 더 많이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한 설계입니다.
추가로, 빙의 검색 결과는 논문이나 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형태를 따릅니다.
답변 생성 중 관련 정보의 출처가 하단 '자세한 정보'에 순차적으로 나옵니다.
마우스를 올리면 상세 내용을 보여주죠.
챗GPT에는 없는 서비스인데요.
정확한 출처는 정보의 신뢰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전체 주소는 너무 길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 URL만 간략하게 보여주고요.
자세한 정보가 많은 경우엔 '+n' 형태로 더 보기 버튼을 만들어서 편리함을 더했습니다.
'연속성'을 서비스에 녹여내기
마지막으로 '연속성'이란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검색 서비스는 하나의 질문이 끝나면 검색창에 자동완성 형태로 보여주는 수준인데요.
챗GPT나 빙은 '맥락'을 기억하는 형태인 덕분에 연관된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검색 경험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빙의 설계가 돋보입니다.
챗GPT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은 뒤, 더 구체적인 걸 알고 싶다면 사용자가 직접 추가 질문을 입력해야 하는데요.
빙은 관련 질문을 먼저 제안해 줍니다.
이 일종의 '추천 질문'은 구체적인 문장이고, 이전 질문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 아이콘을 선택하면 사용자 질문과 별개로 빙에 관한 질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사용자 경험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제안하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마지막으로 챗GPT는 지금까지 진행한 검색 내역을 화면 오른쪽에 아카이빙합니다.
날짜나 필터링 같은 상세 기능은 없는 대신 제목을 자동으로 요약해서 노출하고, 수정 및 삭제도 가능합니다.
별도 팝업을 띄우지 않고 동일한 자리에서 바로 삭제할지 묻는 구성이 독특합니다.
또한 마우스 움직임을 최소화하되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인/취소 버튼을 구성했습니다.
지금까지 챗GPT와 빙의 사용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빙은 마이크로스프트 웹 브라우저 '엣지'의 검색과 연결된 서비스라서 챗GPT보다 훨씬 기능이 많습니다.
이 기능들을 검색 경험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죠.
물론 심플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하길 더 선호하신다면 챗GPT도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참고로 아직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구글에서 비슷한 AI 검색 서비스인 '바드'를 출시했는데요.
사이트에서 확인한 바로는 바드만의 또 다른 사용성 요소가 있어서 기대됩니다.
올해 출시 예정이라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는 또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녹였을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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